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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자들이 뽑은 세계일주 필수 준비물 5가지

by 행복한행인 2023. 12. 8.

콜롬비아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 소파에 둘러앉아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누군가 재밌는 질문을 했습니다.

 

 

"세계여행할 때 한 가지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뭐를 가지고 갈래?"

 

다양한 대답이 나왔고 그 중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용기

 이런저런 대답이 나오던 중 누군가 "용기" Brave라고 말했습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신기한 단어였고, 모두의 마음에 작게 진동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만장일치로 세계여행 필수 리스트의 가장 위에 용기가 올랐습니다. 

 우리들 모두 배낭을 메고 낯선 땅으로 떠날 때 용기가 필요했고 두려운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혼자 잘할 수 있을까?

-여행하다 나쁜일을 당하면 어떡하지?

-돈이 부족한데 어떡하지?

-돌아온 뒤에 뭐먹고 살지?

-내 연인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세계일주를 꿈꾸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 모두는 저마다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과연 이게 맞는 선택일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경력을 쌓고 자격증을 따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세계일주를 간다고 하니 직장사람들이 "너 경단녀(경력단절녀) 되려고? 갔다 와서 뭐 먹고살려고? 생각 좀 해. 니 나이가 몇인데"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일주는 오랜 시간 간직해 온 우리의 꿈이었고,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와 다른 세계이고 길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용기를 내 길을 떠났습니다. 낯선 길 위를 함께 걷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고 집에 언제 돌아가게 될지도 몰랐습니다. 

 

 영어는 제대로 할 줄도 몰랐고 외국에 아는 사람은 당연히 없고, 외국인이랑 대화를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저는 해외여행 경험이 3박 4일 일본 여행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내 눈으로 보고 싶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너무 두려웠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1~2년 정도 방에서 게임만 하고 놀다가 세계일주 하고 왔다고 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세계여행을 떠나는 데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용기"입니다. 

 

2. 건강(젊음)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의견이 모인건 건강이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허리디스크가 터진 후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건강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리가 아프니 비행기를 탈 때마다 걱정이 크고, 비행기를 10시간씩 타야 하는 날은 도착하는 날은 숙소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정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고, 많은 경험을 할 기회가 생깁니다. 서핑을 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보기 위해 뒷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다 강의 물살에 몸을 던지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구경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이젠 화산을 트레킹 할 때였습니다. 함께 트레킹을 하던 팀에 프랑스 가족이 있었는데 50대의 아주머니가 다리가 많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아주머니는 작은 언덕도 힘들어 보였고 어쩔 수 없이 옆에서 따라오던 현지인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의 가마로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돈을 조금 주고 정상까지 갔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젠 화산은 정상에서 약 15분 정도 비탈길을 내려가면 푸른색으로 빛나는 '블루 볼케이노'를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다리가 불편해서 블루 볼케이노를 보러 갈 수가 없었고 정상에서 혼자 앉아계셔야 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돈도 아무 소용없다는 걸 진심으로 느꼈습니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지만 유럽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Gap year'라는 일종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대학을 가지 않고 1년 정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주로 세계여행을 하며 자기가 모르던 세상을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실제로 갭 이어 중인 유럽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돈을 인생의 1위로 생각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OECD 17개국의 시민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돈'을 1순위로 뽑았습니다. 가족, 건강, 친구가 우선순위의 더 높은 곳에 있던 다른 나라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20대의 저는 '경험'을 삶의 1순위로 여겼고 가보지 못한 곳을 가고,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었습니다.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 있어도 그 싫은 감정이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느껴진다면 그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30대인 지금은 20대의 경험과 도전들이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지만 '건강'이 없다면 여행은 불가능합니다.

 

3. 휴대폰

 현실적인 면을 생각했을 때 휴대폰이 없으면 여행이 불가능합니다. 숙소를 예약하고, 투어를 예약하고, 길을 찾고, 번역기를 사용하고, 사진을 찍는데 모두 휴대폰이 필요합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 없는 여행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휴대폰은 여행에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일본 친구는 일본에서는 지진 나면 휴대폰을 가장 먼저 챙기라고 교육한다고 하더군요. 지갑이나 여권은 나중에 다시 만들면 되지만 어딘가에 갇히게 된다면 휴대폰이 있어야 구조요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꼭 챙기라고 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 자리에서 대화하던 사람들 모두 공감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휴대폰 사용하는걸 최대한 자제하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특히 여행 중에는 휴대폰의 힘을 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길을 찾더라도 현지인에게 물어보려고 노력하고, 휴대폰 번역기가 있지만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고 바디랭귀지로 물어보는걸 더 선호합니다.

 저도 저의 이런 심리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제 생각에는 제가 여행을 꿈꾸던 시절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꿈꾸며 읽던 세계여행 선배들의 이야기에는 스마트폰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론리 플래닛 가이드북과 나침반을 두 손에 꼭 쥐고 (심지어 준비물 목록에 나침반과 지도가 있었습니다.) 길을 찾아가고 숙소를 찾아갔습니다. 힘들게 도착한 숙소는 침대가 없어서 복도에서 잠을 자거나 옥상에 있는 텐트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세계일주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런 경험을 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여권보다 휴대폰 잃어버리는 게 더 큰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여행을 떠나시기 전 휴대폰에 공인인증서를 꼭 저장하시고, 은행에서 보안카드를 발급받아야 해외에서 은행 업무가 가능하니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권을 세 번 분실당해서 재발급받으면 그 이후로는 일반 여권이 발급되지 않고, 해외여행이 가능은 하지만 아~주 귀찮아집니다. 

 

4. 가방

 오랜 시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가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가방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내 몸에 얼마나 잘 맞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그리고 지퍼가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는지!! 

가방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용량

 가방의 용량은 아주 중요합니다. 일단 내가 얼마나 많은 짐을 넣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비행기를 탈 때 수하물로 보내야 하는지, 기내로 들고 탈 수 있는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수하물로 가방을 보내면 수하물 요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빠듯한 예산으로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에게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내야 하는 수하물 요금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일반적으로 40L 가방까지가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크기이고, 40L~50L 가방은 자연스럽게 메고 있으면 수하물로 보내라고 할 때도 있고 아무 말도 안 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50L KILI 배낭과 함께 여행했는데 이 가방을 메고 순진한 얼굴로 체크인을 하면 60%~70% 정도는 가방의 크기나 무게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저가 항공사들은 가방의 무게를 하나하나 다 확인하는 곳도 많으니 40L를 초과하는 가방을 구매하실 때에는 수하물로 보낸다는 마음으로 구매하셔야 할 듯합니다.

 

-사이즈

가방의 전체 용량을 확인하는 건 당연한 거고 내가 맬 수 있는 사이즈의 가방인지 확인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옷처럼 가방에도 사이즈가 있고 내 몸에 맞지 않는 사이즈의 가방을 메면 굉장히 불편하고 오래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가방을 구매하실 때 매장에서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더욱 좋지만, 최소한 가방 사이즈가 나에게 맞는 가방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여행 배낭은 보통 등판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데 등판의 사이즈에 따라 가방 용량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이 말은 내가 40L 가방의 용량을 생각하고 구입했는데 실제로는 40L 안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여러모로 실제로 메 보는 게 좋습니다.

 

 

-구조(지퍼)

 최근에는 기존 배낭들의 여러 단점을 보완해서 완성도가 높은 배낭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중 피해야 할 가방들이 몇 개 있는데  

-학교 책가방처럼 생긴 가방

이런 가방은 여행용 가방이 아닙니다. 짐을 많이 넣기도 힘들고 반대로 꺼내기도 힘듭니다.

-위로만 열리는 가방

최근에 나오는 가방들은 밑. 뒤. 옆에 지퍼가 있어서 가방 구석구석의 짐을 편하게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가방의 짐을 위로만 넣고 뺄 수 있다면 작은 짐 하나 꺼내는데 다른 짐까지 다 꺼내야 할 수도 있으니 구석구석에 지퍼가 있는 가방을 추천드립니다. 

-무겁거나 수납공간이 없는 가방

디자인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실용성이 부족한 가방들이 있습니다. 배낭 무게만 4kg에 달한다거나, 가방은 참 이쁜데 수납공간(히든포켓)이 부족한 가방들이 있습니다. 

 

5. 계획

 의외로 평생 준비한 세계여행을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저를 포함해서).

 계획을 잘 짠다는 것은 세계지도 위에 점을 찍어 내가 가야 할 곳,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해두는 겁니다. 가고 싶은 곳,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게 해 줍니다. 계획 없이 여행하다 보면 숙소도 이미 3박을 예약했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버스도 3일 뒤로 예약을 해두어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날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런 날이 가끔 생긴다면 휴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자주 생긴다면 여행이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평소에 틈틈이 구글 맵이나 다양한 여행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하는 게 좋습니다.

노란색 = 내가 가본 곳 / 초록색 = 내가 가고 싶은 곳

 1년 동안의 스케줄을 미리 다 짜서 호텔을 예약하고, 비행기 표를 예약해 둘 필요는 없지만 어느 지역에 무엇이 유명한지, 어디를 가볼 건지 정도는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저는 극한의 ENFP라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정말 하루이틀 전에 계획을 세우거나 다음 도시를 정했는데 이런 식으로 여행하다 보니 내가 이미 지나온 지역이지만 잘 모르는(?) 지역이 생깁니다.(세계일주 중인 사람 중에 ENFP, INFP 정말 많습니다) 나는 별거 없다고 생각해서 하루이틀만 여행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했는데 다른 여행자랑 얘기를 하다 보면 '아니 거기를 갔는데 이걸 안 봤다고?'라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그리고 실제로 다른 여행자들이 보여주는 사진은 너무 아름답고 안 간 걸 후회하게 만듭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적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세계여행 블로그를 어떤 글로 시작할지 고민했지만 당연히 준비물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준비물이니까요.

다음 포스팅은 여행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글들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